규제기관의 현장실사(Inspection) 없이, 제출한 서류 검토만으로 GMP 기준 충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국내 백신 제조사들이 바로 이 ‘서면심사(desktop inspection)’로 WHO GMP 점검을 통과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WHO GMP 서면심사가 무엇인지,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내 첫 사례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과 실사 이력이 QC/QA 실무·취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WHO GMP 서면심사란 무엇인가
서면심사는 규제기관 실사관이 제조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제조사가 제출한 품질 문서와 기록을 원격으로 검토해 GMP 적합 여부를 판정하는 실사 방식입니다. 영어로는 데스크톱 인스펙션(desktop inspection) 또는 서면 평가(paper-based assessment)라고 부르는데요, 코로나19 이후 이동 제약 상황에서 확산된 방식이 하나의 제도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핵심은 ‘규제 신뢰(Reliance)’ 정책입니다. WHO는 자체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인정한 규제기관, 즉 WHO 우수규제기관(WLA, WHO Listed Authority)이 이미 검증한 제조소에 대해서는 현장실사를 서면심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같은 제조소를 여러 기관이 중복해서 방문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이미 확보된 실사 결과를 서로 활용하자는 취지입니다.
▶ 그렇다면 서면심사가 ‘봐주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서면심사는 오히려 평소의 기록 관리 수준이 흠잡을 데 없이 투명해야만 통과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사관이 눈으로 확인하던 부분을 문서와 데이터만으로 증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첫 사례 —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
2026년,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WHO GMP 서면심사를 통과했습니다. GC녹십자는 독감백신 ‘지씨플루’와 수두백신 ‘배리셀라’에 대해 서면 심사만으로 WHO GMP 기준 충족을 인정받은 국내 첫 사례가 됐습니다. 2025년 9월 신청 이후 최종 승인을 받았고, 공식 발표는 2026년 5월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대면 실사 대비 5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도 안동 L HOUSE 공장에서 3년 주기로 진행되는 WHO GMP 정기 점검을 서면심사 방식으로 완료했습니다. 대상은 독감백신(스카이셀플루·스카이셀플루4가), 수두백신(스카이바리셀라), 장티푸스백신(스카이타이포이드)으로, 모두 WHO 사전적격성평가(PQ, Prequalification) 인증 백신입니다. 안동 공장은 2021년 EU-GMP 인증을 획득하는 등 다수의 글로벌 규제기관 검증을 통과한 이력이 있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공통 배경이 있습니다. 바로 식약처(MFDS)가 2025년 WHO 우수규제기관(WLA) 목록에 의약품·백신 분야 전 기능으로 등재된 것입니다. 국내 규제기관의 실사 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식약처가 검증한 국내 제조소는 WHO의 규제 신뢰 정책에 따라 서면심사 대상이 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서면심사를 가능하게 한 핵심 — 데이터 완전성과 실사 이력
여기서 QC/QA 실무자가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서면심사는 ‘평소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현장실사라면 실사관이 방문한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서면심사는 제조소가 오랜 기간 쌓아 온 기록의 신뢰도 그 자체를 평가합니다.
그 신뢰의 뿌리가 바로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입니다. 데이터 완전성은 데이터가 귀속성(Attributable)·가독성(Legible)·동시성(Contemporaneous)·원본성(Original)·정확성(Accurate)을 갖추어야 한다는 ALCOA 원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제조·시험 기록이 언제, 누가, 어떻게 생성·수정했는지 점검 기록(Audit Trail)으로 투명하게 추적되고, 원본 데이터가 훼손 없이 보존되어야 서면만으로도 ‘이 제조소는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해집니다.
▶ 만약 한 회사의 시험 데이터에 설명되지 않는 삭제 이력이나 점검 기록 공백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서면심사에서는 실사관이 직접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그 공백 자체가 곧 부적합 사유가 됩니다. 축적된 실사 이력과 흠 없는 기록 관리가 없으면 애초에 서면심사 대상에 오르지도 못하는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 서면심사 통과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수년간의 밸리데이션(Validation)·변경관리(Change Control)·일탈(Deviation) 관리와 데이터 완전성 체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인 셈입니다.
QC/QA 실무와 취업 관점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이 사례를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산 지식’으로 소화해 두시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내 제약 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보여 주는 사례를 아느냐”는 질문에, WHO GMP 서면심사 통과와 그 배경인 식약처의 WLA 등재를 연결해 설명한다면 규제 동향을 이해하고 있다는 강한 신호가 됩니다.
주니어 실무자라면 관점을 실무로 착지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서면심사가 확산될수록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문서와 데이터의 ‘그 자체 완결성’이 더 중요해집니다. 실사관이 옆에서 부연 설명을 들을 기회가 줄어드니까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일상 업무의 질이 곧 회사의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 시험 기록과 전자기록에 대한 점검 기록(Audit Trail) 검토를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 일탈(Deviation)과 기준일탈(OOS)에 대한 조사·시정조치(CAPA)가 문서상으로 완결되어 있는가
- 컴퓨터화 시스템 밸리데이션(CSV)과 접근권한 관리가 데이터 완전성을 뒷받침하고 있는가
결국 서면심사 시대의 경쟁력은 화려한 대응이 아니라, 매일의 기록을 원칙대로 남기는 성실함에서 나옵니다. 데이터 완전성 관리가 왜 품질시스템 전체의 문제인지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데이터 완전성 관리를 함께 참고하시면 이해가 깊어집니다. 실사 대응 과정에서 자료를 준비하는 실무 팁은 GMP 실사 답변 준비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핵심 요약
WHO GMP 서면심사는 규제 신뢰(Reliance) 정책에 따라 현장실사를 서류 검토로 대체하는 방식이며,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첫 사례로 이를 통과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식약처의 WHO 우수규제기관(WLA) 등재와, 무엇보다 오랜 기간 축적된 데이터 완전성·실사 이력이 있었습니다. 서면심사는 특혜가 아니라, 평소의 기록 관리 수준을 그대로 검증받는 더 엄격한 관문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QC/QA를 준비하거나 실무를 담당하시는 분이라면, 오늘의 점검 기록 하나가 곧 회사의 국제 경쟁력이 된다는 관점으로 업무를 바라보시길 제안 드립니다.
🔥 더 많은 GMP 실무·취업 정보가 궁금하시다면 더 많은 포스팅 보기에서 이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WHO의 우수규제기관 제도에 대한 공식 설명은 WHO 공식 발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