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C 시험실에서 매일 사용하는 표준품, 어디서 구하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함량시험이든 순도시험이든, 표준품 없이는 어떤 정량 시험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국내 제약업계는 그동안 상당수 표준품을 USP, EP 같은 해외 공정서 기관에 의존해 왔고, 수급 지연과 비용 부담이 QC 운영의 현실적인 애로 요인이었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2026년 10월 12일 ‘2026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준품 종합안내서’를 발간하고 국제인증표준품(CRM)을 포함한 총 882품목의 표준품 분양을 개시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이번 발표의 핵심 내용, 국제인증표준품(CRM)과 ISO 17034의 의미, 니트로사민 불순물 표준품의 중요성, 그리고 QC 실무에서의 표준품 관리 포인트까지 알아보겠습니다.
이번 발표의 핵심 — 표준품 882품목, 신규 24품목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의약품·바이오의약품·생약·체외진단 의료기기 분야의 표준품 목록과 분양 절차를 담은 종합안내서를 발간했습니다. 올해 분양 대상은 신규 24품목을 포함해 총 882품목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평가원이 국제공인표준물질생산기관(ISO 17034) 인정을 기반으로 직접 생산한 dl-메틸에페드린염산염과 티페피딘시트르산염 국제인증표준품(CRM)이 새로 공급됩니다. 둘째, 의약품 제조·보관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등 니트로사민류 불순물 표준품이 추가되었습니다.
표준품 공급을 국내에서 확대하면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QC 시험실 입장에서는 수급 일정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발주 후 수개월을 기다리거나 환율에 따라 구매 비용이 출렁이는 상황을 겪어 보신 분이라면 이 변화의 의미를 체감하실 텐데요.
국제인증표준품(CRM)이란 — 공정서 표준품과 무엇이 다른가요?
QC에서 쓰는 표준품은 크게 두 갈래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공정서 표준품 (Pharmacopoeial Reference Standard): USP, EP, KP 등 공정서 기관이 공급하는 표준품으로, 해당 공정서 시험법에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 국제인증표준품 (Certified Reference Material, CRM): ISO 17034 인정을 받은 표준물질생산기관이 생산하며, 인증서에 특성 값과 불확도(uncertainty), 소급성(traceability)이 명시된 표준물질입니다.
핵심 차이는 ‘누가, 어떤 품질 체계로 만들었는가’입니다. ISO 17034는 표준물질생산기관의 역량에 대한 국제 기준으로, 이 인정을 받은 기관이 생산한 CRM은 인증된 특성 값이 국제단위계(SI)까지 소급된다는 신뢰를 제공합니다. 이번에 평가원이 ISO 17034 인정 기반으로 CRM을 직접 생산·공급한다는 것은, 국가 기관이 생산 단계부터 국제 기준에 맞는 표준품을 국내에 공급한다는 뜻입니다.
▶ 혹시, 표준품이면 다 똑같은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표준품은 용도에 따라 정량용, 순도시험용, 시스템적합성용 등으로 나뉘고, 성적서에 기재된 함량(assay value)과 사용 조건이 각각 다릅니다. 정량 계산에 표준품 성적서의 함량 값을 반영하지 않으면 시험 결과 자체가 틀어지기 때문에, 어떤 표준품을 어떤 시험에 쓰는지 구분하는 것이 QC의 기본기입니다.
니트로사민 불순물 표준품이 왜 중요한가요?
2018년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가 검출된 사건 이후, 니트로사민류 불순물은 전 세계 규제기관의 상시 관리 대상이 되었습니다. 제조공정, 원료, 보관 조건에 따라 비의도적으로 생성될 수 있어서 제조사는 위험성 평가와 시험법 구축을 요구받고 있는데요.
니트로사민 시험은 ppb(10억분의 1) 수준의 극미량을 정량해야 하므로 LC-MS/MS 같은 고감도 장비와 신뢰할 수 있는 표준품이 전제 조건입니다. 분석법 밸리데이션 단계에서 직선성, 검출한계(LOD), 정량한계(LOQ)를 입증하려면 농도를 정확히 아는 표준품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에 NDMA 등 니트로사민류 표준품이 국내 분양 목록에 추가되면서, 시험법 구축과 밸리데이션에 필요한 표준품 확보 경로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밸리데이션의 종류와 기본 개념이 궁금하시다면 공정·세척·분석법 밸리데이션 비교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QC 실무에서 표준품 관리 — 실사에서 꼭 보는 4가지
표준품은 ‘시약 중 하나’가 아니라 시험 결과의 기준점이기 때문에, 실사(Inspection)에서도 표준품 관리는 단골 확인 항목입니다. 실무에서는 다음 네 가지를 챙기시기 바랍니다.
- 성적서(CoA) 관리: 입고 시 성적서를 확보하고, 함량 값·로트번호·사용 용도를 확인합니다. 정량 계산에는 성적서의 함량 값을 반영합니다.
- 유효기간·재평가: 공급기관이 부여한 유효기간(또는 재시험일)을 추적하고, 기간이 지난 표준품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 보관조건 준수: 성적서에 명시된 보관조건(냉장, 냉동, 차광 등)을 지키고, 보관 온도 모니터링 기록을 남깁니다.
- 수불·사용 기록: 입고부터 폐기까지 수불 기록을 남겨, 어떤 시험에 어느 로트가 사용되었는지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함량 Spec.이 95.0~105.0%인 제품의 함량시험에서, 표준품 성적서 함량이 99.2%인데 이를 100%로 간주하고 계산했다면 결과가 약 0.8% 틀어집니다. 측정값이 95.5%처럼 기준 하한에 가까운 로트라면, 이 차이 하나로 적합과 기준일탈(OOS)이 갈릴 수 있습니다. 표준품 관리가 왜 데이터 완전성(Data Integrity)과 시험 신뢰성의 출발점인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준일탈이 발생했을 때의 처리 절차는 OOT와 OOS 차이 정리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 그럼 유효기간이 지난 표준품으로 시험한 결과는 어떻게 되나요? 원칙적으로 그 결과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일탈(Deviation) 처리 후 영향 평가를 거쳐야 하고, 해당 표준품으로 수행된 시험은 재시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표준품 하나의 관리 소홀이 시험 전체의 재작업으로 번지는 것입니다.
취업 준비생과 주니어 실무자가 가져갈 포인트
QC 직무 면접에서 “표준품과 시약의 차이”, “표준품 성적서에서 확인할 항목”은 기본기를 확인하기 좋은 질문입니다. 이번 발표를 소재로 삼으면, 공정서 표준품과 CRM의 차이, ISO 17034의 의미, 니트로사민 이슈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답변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표준품을 관리합니다”가 아니라 “성적서 함량 값 반영, 유효기간 추적, 보관조건 모니터링까지가 표준품 관리”라고 말할 수 있다면 실무 이해도가 다르게 보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2026 표준품 종합안내서’ 발간은 단순한 목록 공개가 아니라, ISO 17034 기반 국가 생산 CRM 공급과 니트로사민 표준품 추가라는 두 가지 실질적인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상세 내용과 분양 절차는 식약처 보도자료 원문에서 확인하시기 바라며, 우리 시험실에서 쓰는 표준품의 성적서와 유효기간을 오늘 한번 점검해 보시기를 제안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