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의약품 실사 정보, 13개 규제당국이 공유한다 — EMA 보고서 핵심 (2026)

해외 규제기관의 실사 (Inspection)를 한 번 통과하면, 당분간은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원료의약품 (API) 제조소라면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FDA, 유럽 EMA, 일본 PMDA 등 13개 규제당국이 원료의약품 실사 결과를 서로 공유하고, 한 곳에서 나온 부적합 판정이 참여국 전체에 전파되는 체계가 이미 8년 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MA는 최근 이 국제 원료의약품 실사 협력 프로그램의 2017~2024년 성과를 정리한 공식 보고서(EMA/202541/2026, 2026년 9월 7일자)를 발간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구조, 보고서의 핵심 수치, 그리고 국내 QC/QA 실무자와 취업 준비생이 챙겨야 할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제 API 실사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요?

이 프로그램은 2008년에 시작된 규제당국 간 실사 협력 체계입니다. 의약품 공급망이 세계화되면서 원료의약품 제조소는 중국·인도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데, 어느 한 나라의 규제당국이 이 제조소들을 단독으로 전부 실사하기에는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실사 결과를 공유하고, 서로 믿자”는 것입니다. 다른 당국이 이미 실사한 제조소라면 그 실사 보고서와 GMP 증명서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자체 실사를 대신하고, 아낀 자원은 위험도가 높은 제조소에 집중하는 전략인데요. 이렇게 다른 당국의 실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을 상호신뢰 (Reliance)라고 부릅니다.

참여 당국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창설 멤버인 EMA·미국 FDA·영국 MHRA·호주 TGA·EDQM과 프랑스·이탈리아·아일랜드·덴마크 당국에 더해, 2017년 캐나다 Health Canada와 일본 PMDA, 2021년 브라질 ANVISA가 합류하면서 현재 13개 당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WHO도 함께합니다.

2017~2024 보고서의 핵심 수치

이번 보고서에서 QC/QA 관점으로 눈여겨볼 숫자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936개 제조소: 참여 당국이 실사 정보를 공유한 원료의약품 제조소 수. Master List라는 공동 목록으로 관리됩니다.
  • 실사 1,684건: 2017~2024년 참여 당국이 수행한 실사 건수로, 직전 기간(2011~2016년)의 1,333건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 공동 관심 제조소 644개(69%): 전체 제조소의 약 7할이 두 개 이상 당국의 공동 관심(Shared Interest) 대상입니다. 지역별로는 인도 50%, 중국 35%로 두 나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 상호신뢰 적용 107개: 다른 당국의 실사 결과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자체 실사를 생략하거나 연기한 제조소가 107개(공동 관심 제조소의 17%)였습니다.
  • 원격 실사 91건, 공동 실사 27건: 코로나19로 현장 방문이 막힌 기간에는 원격 실사가 대안으로 활용됐습니다.

▶ 그래도 중복 실사가 여전히 많지 않나요?

맞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동 관심 제조소의 32%가 12개월 이내에 두 개 이상 당국의 실사를 중복해서 받았습니다. EMA도 이를 개선 과제로 꼽고, 중복이 발생한 근본 원인을 기록하고 정보 공유 방식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상호신뢰가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확대 중인 제도라는 뜻입니다.

한 곳의 지적이 전 세계에 공유된다는 것

실무자 입장에서 이 프로그램의 가장 무거운 장치는 부적합 경보(Non-compliance Alerting)입니다. 한 당국이 어떤 제조소에 GMP 부적합 판정을 내리면, 그 사실과 허가 정지 같은 행정조치 내용이 참여 당국에 조기에 공유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원료의약품 제조소가 FDA 실사에서 데이터 완전성 (Data Integrity) 결함을 지적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정보는 Master List와 월례 회의를 통해 EMA·PMDA 등 다른 당국에 전달되고, 해당 제조소는 다른 당국의 실사 우선순위에서도 상위로 올라갑니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 기간 동안 부적합 이력이 있는 제조소는 그렇지 않은 제조소보다 실사를 49% 더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그럼 “이번 실사만 잘 넘기자”는 전략은 어떻게 되나요?

구조적으로 성립하지 않게 됩니다. 한 당국의 지적 사항이 곧 전 참여국의 관심 사항이 되기 때문에, 특정 실사 일정에 맞춰 서류를 급하게 정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상시 품질 시스템을 국제 기준으로 유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응책이 됩니다.

국내 제조소와 QC/QA 실무자가 준비할 것

우리나라는 원료의약품 수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서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내 제조소의 QC/QA 실무자라면 다음 세 가지를 제안 드립니다.

첫째, “가장 엄격한 당국” 기준으로 상시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상호신뢰 체계에서는 어느 한 당국의 실사 결과가 다른 당국의 판단 근거가 되므로, 수출 대상국별로 대응 수준을 달리하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둘째, 영문 기록 체계를 정비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번 보고서는 실사 보고서에 영문 요약을 제공하는 것을 상호신뢰 확대의 핵심 권고로 제시했는데요. 제조소 입장에서도 점검 기록 (Audit Trail) 검토 절차, 기준일탈 (OOS) 처리 기록 같은 핵심 문서를 영문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어느 당국의 실사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원격 심사가 확대되는 흐름은 WHO GMP 서면심사 국내 통과 사례를 정리한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셋째, 취업 준비생이라면 면접 대비 키워드로 챙기시기 바랍니다. “국제 규제 조화 흐름을 아는 지원자”는 확실히 다르게 보입니다. 상호신뢰, 공동 실사, 부적합 경보 같은 개념을 이번 보고서의 수치와 함께 설명할 수 있다면 좋은 답변 소재가 됩니다. 규제당국들이 심사 단계부터 협력한 사례는 FDA·ICMRA 재조합 엔도톡신 시험 공동심사 포스팅을 함께 참고하시면 됩니다.

정리하며

이번 EMA 보고서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원료의약품 실사는 더 이상 당국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13개 규제당국이 정보를 공유하는 상시 감독 체계로 바뀌었습니다. 936개 제조소, 실사 1,684건, 부적합 경보라는 숫자와 장치를 기억하시기 바라며, 품질 시스템을 “실사가 없는 날”에도 국제 기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결국 가장 효율적인 실사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보고서 원문은 EMA 국제 GMP 실사 협력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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