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의약품을 수출할 때, 상대국 규제기관이 우리 식약처의 허가 심사와 GMP 실사 결과를 그대로 믿고 활용해 준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허가 기간은 짧아지고, 중복 실사와 서류 부담은 줄어듭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 바로 규제 신뢰 (Regulatory Reliance)인데요. 지난 9월 1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태 제약 포럼’은 이 규제 신뢰를 K-의약품의 실제 수출 성과로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한·태 제약 포럼의 주요 내용, 규제 신뢰와 참조기관 인정의 의미, 그리고 QC/QA 실무자와 취업 준비생이 챙겨야 할 포인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태 제약 포럼, 어떤 자리였나요?
식약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와 함께 9월 14일 태국 방콕에서 ‘한·태 제약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의약품 민관 합동 진출지원단 사업의 하나로, 정부·공공기관·산업계가 ‘제약바이오 원팀’을 구성해 태국에 파견된 것인데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에 이어 올해는 태국이 대상이었습니다. 국내 제약기업 10개사가 지원단으로 참가했고, 포럼에는 양국 규제기관·정부·산업계 관계자 약 120명이 참석했습니다.
태국은 아세안 제약시장 3위 규모로 잠재력이 크지만, 현지 허가·등록 과정의 규제장벽이 국내 기업의 진출 애로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양국은 의약품 허가 제도와 규제조화 동향을 공유했고, 식약처는 태국 규제당국과의 고위급 면담에서 허가심사 제도의 상호 이해를 높이기 위한 협력 확대를 논의했습니다. 특히 태국의 규제 신뢰 제도와 참조기관 인정 요건·절차에 대한 정보 교류를 요청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식약처 보도자료 원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규제 신뢰(Reliance)와 참조기관, 무엇인가요?
규제 신뢰란 한 국가의 규제기관이 다른 신뢰할 수 있는 규제기관의 심사·실사 결과를 자국의 규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나라가 모든 품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심사하고 실사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WHO를 비롯한 국제 사회는 규제 신뢰를 효율적인 규제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때 “믿고 참고할 수 있는 기관”으로 지정된 규제기관을 참조기관 (Reference Agency)이라고 합니다. 어떤 나라가 우리 식약처를 참조기관으로 인정하면, 국내에서 받은 허가와 GMP 실사 결과가 그 나라의 허가 심사에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서류 요건이 간소화되고 심사 기간이 단축되며, 경우에 따라 현장 실사가 서면 평가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우리 식약처는 2023년 10월 WHO 우수규제기관 목록 (WLA)에 세계 최초로 등재됐고, 이후 8개 분야 전 기능 등재를 완료했습니다. 이런 국제적 위상이 각국의 참조기관 인정으로 이어지면, 우리 기업이 국내에서 쌓은 규제 이력이 해외 시장에서 그대로 자산이 됩니다. 서면 평가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이전에 다룬 WHO GMP 서면심사 해설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 혹시, 참조기관으로 인정되면 태국 수출 시 GMP 실사를 아예 안 받아도 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참조기관 인정의 범위와 방식은 나라마다, 제도마다 다릅니다. 허가 심사 자료의 일부를 면제해 주는 수준일 수도 있고, 현장 실사 대신 서면 자료로 평가를 갈음하는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국내 규제 이력이 ‘공인된 근거 자료’로 쓰인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래서 평소 GMP 적합판정 이력과 실사 대응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회사일수록 유리해집니다.
수출 기업의 QA 실무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태국에 완제의약품 수출을 준비하는 국내 제약사의 품질 보증 (QA) 담당자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현지 등록 과정에서 제조소 관련 증명 자료로 GMP 적합판정서와 제조·판매 증명서의 영문본을 요구받고, 최근 정기 실사에서 받은 지적 사항과 그에 대한 시정조치 결과 요약까지 요청받는 상황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요구에 바로 대응하려면 평소 세 가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첫째, 수출국별 요구 서류 목록을 품질 문서로 관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둘째, GMP 적합판정서와 각종 증명서의 영문 발급 절차와 소요 기간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셋째, 실사 이력과 지적 사항, 시정조치 기록이 항상 최신 상태로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규제 신뢰가 확대될수록 이 기록들이 곧 수출 경쟁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규제기관 간 실사 정보 공유가 국제적으로 어떻게 확대되고 있는지는 EMA 국제 원료의약품 실사 프로그램 보고서 해설에서도 다룬 바 있으니 함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취업 준비생과 주니어 실무자가 챙길 포인트
QC/QA 직무를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이번 소식은 면접 답변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품질 업무가 회사 매출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라는 질문에, 규제 신뢰와 WLA를 근거로 “국내 GMP 실사 이력과 품질 기록 관리가 해외 허가의 근거 자료가 되는 시대이므로, 품질 부서의 기록 관리가 곧 수출 경쟁력”이라고 답할 수 있다면 직무 이해도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주니어 실무자라면 허가 (RA) 부서와 품질 부서의 접점이 넓어진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해외 등록용 GMP 증명 서류 발급, 실사 이력 요약, 시정조치 결과 정리 같은 업무는 QA와 RA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일입니다. 아세안 시장 진출이 늘어날수록 이런 협업 경험 자체가 경력의 차별점이 됩니다.
정리하며
한·태 제약 포럼은 단순한 행사 소식이 아니라, 우리 규제 이력이 해외에서 통용되는 ‘규제 신뢰의 시대’가 아세안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태국이 우리 식약처를 참조기관으로 인정하게 되면 국내 허가·GMP 실사 결과가 태국 허가에 활용되어 수출 기업의 중복 실사와 서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품질 기록을 잘 관리하는 것이 곧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된다는 점,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