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출하시험 (Batch Release Testing)에서 동물시험이 사라진다면, 품질관리 (QC) 실험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지난 10월 1일, 국제의약품규제당국연합 (ICMRA)이 의약품 전주기에서 동물시험 대체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출하시험 동물시험 대체가 가장 큰 효과를 낼 영역으로 명시되면서, QC 실험실의 시험법 전환은 이제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준비해야 할 일’이 되었는데요. 본 포스팅에서는 이번 공동성명의 핵심 내용, 규제당국에 요구된 3가지 조치, 그리고 QC/QA 실무자와 취업 준비생이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겠습니다.
ICMRA 공동성명, 무엇을 발표했나
이번 성명은 유럽의약품청 (EMA), 영국 MHRA, 아일랜드 HPRA, 스위스메딕이 작성을 주도했고, ICMRA 총회에서 채택되어 10월 1일 EMA와 MHRA가 동시에 공개했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후보물질 스크리닝부터 비임상, 허가, 허가 후 활동까지 의약품 전주기에서 동물시험을 비동물 시험법으로 대체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다만 규제당국답게 전제도 분명히 달았습니다. 과학적으로 타당하고 규제 맥락에서 수용 가능한 시험법으로의 단계적 전환이어야 하며, 지역마다 전환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EMA는 이와 함께 동물 사용의 대체·감축·개선을 뜻하는 3R (Replace, Reduce, Refine)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 혹시, 선언적인 성명일 뿐 실무에는 영향이 없는 것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ICMRA는 FDA, EMA, 식약처를 포함한 주요 규제당국 협의체이고, 이런 공동성명은 각국의 실사 방향과 허가 심사 기준에 단계적으로 반영됩니다. 실제로 EU에서는 의약품 관련 규제 목적의 동물 사용이 2015년부터 2023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고, 지난 6월에는 EU 집행위원회가 화학물질 안전성평가 동물시험의 단계적 폐지 로드맵까지 발표했습니다.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고, 이번 성명은 그 방향을 공식화한 것입니다.
왜 출하시험이 핵심인가 — 규제당국에 요구된 3가지
성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출하시험 동물시험 대체를 콕 집어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출하시험은 제조된 모든 배치 (Batch)마다 반복 수행되기 때문에, 단일 시험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동물 사용 감축 효과가 가장 큽니다. 성명은 각국 규제당국에 다음 3가지를 요구했습니다.
- 비동물 출하시험의 개발·채택을 장려하고, 제조업체가 동물시험을 제안하면 그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것
- 동등하거나 더 우수한 비동물 시험법이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경우에만 생체 내 (in vivo) 출하시험을 승인할 것
- 이미 허가된 품목의 기존 생체 내 출하시험 요건을 재검토하고 필요 시 개정할 것
세 번째 항목이 특히 중요합니다. 신규 품목만이 아니라 기존 허가 품목의 시험 요건까지 재검토 대상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보유 품목의 출하시험 중 동물 기반 시험이 무엇인지 목록화하고, 대체 가능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품질 부서의 과제가 됩니다.
글로벌 규제와 국내 업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번 성명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올해 이어진 일련의 흐름이 결집된 결과입니다. FDA는 지난 9월 비동물시험 허용을 명확히 하는 직접최종규칙 (Direct Final Rule)을 발표했고, EMA는 8월부터 비동물 대체법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출받는 파일럿을 시작했습니다. 파일럿의 구체적인 제출 절차는 이전 포스팅 EMA 동물시험 대체법 (NAM) 데이터 제출 파일럿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출하시험 영역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투구게 혈액 기반 LAL 시험을 대체하는 재조합 엔도톡신 시험은 FDA·ICMRA 공동심사를 통과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재조합 엔도톡신 시험 FDA·ICMRA 공동심사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국내에서도 보툴리눔 톡신 업계를 중심으로 마우스 역가시험을 대체하는 세포기반 역가시험 (CBPA) GMP 시설 구축이 진행되는 등, 출하시험 전환은 이미 실무 단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QC/QA 실무자와 취업 준비생이 준비할 3가지
그렇다면 이 변화를 실무 관점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시험법 하나를 바꾸는 일은 단순히 장비를 바꾸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세 가지 역량이 함께 필요합니다.
첫째, 시험법 밸리데이션 (Validation) 역량입니다. 예를 들어 완제의약품의 엔도톡신 시험을 LAL에서 재조합 C인자 (rFC)법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기준이 0.25 EU/mL로 동일하더라도, 새 시험법이 기존 방법과 동등한 검출 능력을 갖는지 특이성·정확성·정밀성 등을 입증하는 밸리데이션 자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토끼 발열성시험을 단핵구활성화시험 (MAT)으로 바꾸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둘째, 변경관리 (Change Control) 절차입니다. 출하시험법 변경은 품질시스템에서 중요도가 높은 변경에 해당합니다. 변경 신청, 영향 평가, 허가 변경 필요 여부 검토, 실행 후 평가까지 변경관리 절차를 거쳐야 하고, 품목허가 사항에 시험법이 기재되어 있다면 규제당국 변경 절차도 병행됩니다.
셋째, 규제 동향을 읽는 습관입니다. 면접에서 “최근 품질 분야 이슈를 하나 소개해 보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번 공동성명과 재조합 엔도톡신 시험, 세포기반 역가시험 사례를 연결해서 설명할 수 있다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규제가 바뀌는 방향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품질 직무의 준비된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ICMRA 공동성명은 출하시험의 동물시험 대체를 글로벌 규제의 공식 의제로 끌어올렸습니다. 당장 모든 시험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보유 품목의 동물 기반 시험 목록화, 대체 시험법의 밸리데이션, 변경관리 절차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도 이르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성명 원문은 EMA 공식 발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