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간소화 임상 첫 승인 권고 — EMA CHMP가 바꾼 허가의 무게중심 (2026)

바이오시밀러 (Biosimilar)를 허가받으려면 수백 명 규모의 비교 임상시험이 반드시 필요할까요? 얼마 전까지는 “그렇다”가 정답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2026년 9월, EMA 인체의약품위원회(CHMP)가 대규모 비교 효능시험 없이 바이오시밀러 간소화 임상 접근(Tailored Clinical Approach)을 적용한 첫 승인 권고 사례를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이번 CHMP 9월 회의 결과, 간소화 임상 접근의 개념과 조건, 그리고 이 변화가 QC/QA 실무와 취업 준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EMA CHMP 9월 회의, 무엇이 발표되었나

EMA CHMP는 2026년 9월 14~17일 회의 결과를 공개하면서 신규 의약품 12품목의 승인을 권고했습니다. 구성은 일반 신약 7품목, 희귀의약품 1품목, 바이오시밀러 2품목, 제네릭 2품목이며, 적응증 확대 권고도 11품목에 달했습니다. 혈우병 A 치료제,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광견병 백신 등이 포함됐고, 적응증 확대 목록에는 키트루다(Keytruda), 코센틱스(Cosentyx), 오크레부스(Ocrevus) 같은 익숙한 품목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바이오시밀러 2품목입니다. 오말리주맙 바이오시밀러 ‘아드콤포(Adcomfo)’와 함께 승인 권고된 퍼투주맙 바이오시밀러 ‘페브릴조(Pebrilzo)’인데요. EMA는 페브릴조가 간소화 임상 접근을 적용받아 승인 권고된 최초의 바이오시밀러라고 명시했습니다. 유방암 치료제인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대규모 비교 효능시험 없이, 품질 비교성 자료를 중심으로 심사를 통과한 첫 사례가 나온 것입니다.

간소화 임상 접근(Tailored Clinical Approach)이란

간소화 임상 접근은 EMA가 2026년 3월 27일 확정한 리플렉션 페이퍼(EMA/CHMP/BMWP/60916/2025)에서 공식화한 개념입니다.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충분히 특성 분석이 된(well-characterised) 바이오의약품이라면, 비교 효능시험(Comparative Efficacy Study, CES)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가 흥미롭습니다. EMA는 최신 분석 기술로 수행하는 품질 비교성 평가가 임상 효능시험보다 오리지널과의 차이를 더 민감하게 잡아낸다고 판단했습니다. 수백 명을 모집해 수년간 진행하는 임상시험보다, 잘 설계된 분석 비교가 두 의약품의 차이를 더 정확히 보여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혹시, 임상시험을 생략하면 안전성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모든 임상 자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간소화 임상 접근에서도 약동학(PK) 비교시험과 안전성·면역원성 자료는 여전히 요구됩니다. 생략 대상은 어디까지나 대규모 ‘비교 효능시험’이며, 그 전제 조건으로 구조·기능이 충분히 규명된 성분이어야 하고 분석적 비교성 자료가 탄탄해야 합니다. 즉 임상의 부담을 품질 데이터가 대신 짊어지는 구조입니다.

허가의 무게중심, 임상에서 품질 데이터로

이번 사례가 QC/QA 직무에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이오시밀러 허가의 승부처가 임상시험장에서 분석 실험실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품질 비교성 평가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를 여러 제조단위 (Batch)에 걸쳐 나란히 분석해 유사성을 입증하는 작업입니다. 실무에서는 대략 이런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수 로트 확보해 품질 특성의 변동 범위를 설정합니다. 예를 들어 오리지널 20~30개 로트에서 주성분 순도가 97.0~99.0%로 관리된다면, 바이오시밀러도 이 범위 안에 들어와야 합니다.
  • 1차 구조(아미노산 서열)부터 고차 구조, 당화 패턴, 전하 변이체, 응집체 함량까지 물리화학적 특성을 항목별로 비교합니다.
  • 세포 기반 시험 등으로 생물학적 활성(역가)이 동등한지 확인합니다.

이 자료가 허가의 중심 근거가 된다는 것은, 시험방법 하나하나의 밸리데이션 (Validation) 수준과 데이터 완전성 (Data Integrity) 관리가 곧 허가의 성패로 직결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분석 데이터로 임상을 대신하려면, 그 데이터의 신뢰성에는 흠결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QC/QA 취업 준비생과 주니어가 챙길 포인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이번 선례는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유럽에서 길이 열린 만큼, 품질 비교성 자료를 다루는 분석·품질 조직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품질관리 (QC)·품질 보증 (QA) 직무를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면접에서 “최근 규제 동향 중 인상 깊었던 것”을 묻는 질문에 이 사례를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뉴스를 아는 수준을 넘어 “허가의 무게중심이 품질 비교성으로 이동하고 있어 분석 직무의 책임이 커진다”는 해석까지 덧붙인다면, 직무 이해도를 보여주는 좋은 답변이 됩니다. 바이오시밀러 규제가 어떻게 바뀌는지는 FDA 바이오시밀러 용기·마개 시스템 지침 초안 정리에서도 다룬 바 있으니 함께 읽어보시면 흐름이 잡힐 것입니다.

한편 이번 변화는 규제기관이 ‘더 나은 과학이 있다면 기존 요구사항을 조정한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동물시험을 대체 시험법으로 바꿔가는 움직임을 정리한 EMA 동물시험 대체법(NAM) 파일럿 포스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EMA CHMP는 2026년 9월 회의에서 간소화 임상 접근을 적용한 첫 바이오시밀러 ‘페브릴조’의 승인을 권고했고, 이는 바이오시밀러 허가의 근거가 임상 효능시험에서 분석적 품질 비교성으로 이동하는 신호탄입니다. 품질 데이터가 임상을 대신하는 시대에는 시험방법의 밸리데이션과 데이터 완전성 관리 역량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는 점,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원문은 EMA CHMP 9월 회의 하이라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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